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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 축일/세상의 빛 예수님/서울 대 교구 사무처 홍보실
작성자 : 원근식   작성일 : 2017-01-07 조회수 : 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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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마태오 2,1-12)


동방 박사 세 사람

오늘의 묵상

 주님 공현 대축일과 함께 우리는 성탄 축제를 장엄하게 마무리해 갑니다. 예수 성탄 대축일부터 우리는 마음껏 강생의 신비를 경탄하고 음미하며 보냈습니다. 목가적인 음악, 제대 주위의 화려한 장식, 연말연시의 흥겹고 들뜬 분위기, 기쁘고 편안히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우리는 성탄 이야기를 자주 아름다운 동화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나타나듯이, 아기 예수님께서 오신 삶의 자리는 가난과 폭력의 그림자가 드리운 차가운 곳이었습니다. 이로써 하느님께서는, 강생의 신비는 고난 속에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이와 당신께서 맺으신 깊은 일치 속에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주님 영광의 빛은 차가운 어둠 속에서도 주님의 길에 함께하려는 사람들에게 비치고 또 그들을 통하여 증언될 것입니다.

나치 독일의 유다인 박해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희생된 불세출의 여성 철학자이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시성한 가르멜회 에디트 슈타인 수녀, 곧 십자가의 성녀 베네딕타 수녀는 죽음의 예감 속에서 주님 공현의 묵상을 남겼습니다. 성녀가 남긴 묵상 구절은, 달콤한 위안으로서의 ‘크리스마스’만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성탄 축제가 저 깊은 곳에서 어떤 구원의 신비와 만나고 있는지를 깨우쳐 줍니다.

“베들레헴에서 시작된 그 길은 당연히 골고타로 인도되고, 그리하여 구유로부터 십자가로 인도됩니다. …… 베들레헴의 별은 죄의 어두운 밤을 비추고 있습니다. 구유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그 빛줄기는 십자가의 그림자를 늘어뜨립니다. 불 꺼진 성금요일의 어둠 속이지만 부활절 아침에는 은총의 태양이 더욱 눈부시게 떠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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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 예수님


예수님의 탄생에 즈음하여 별난 일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동방의 왕(마고스: 점성가)들이 별을 보고 '유다인의 왕'에게 경배를 드리러 헤로데 대왕을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점성가들의 출신지인 '동방'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 놓인, 인류 문명의 발생지로도 잘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땅입니다. 그리고 당시에 이곳은 점성술이 널리 유행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민수 22-24장 참조). 이처럼 동방의 점성술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후대 들어 왕들에 대한 교회전승들이 생겨났습니다. 황금·유황·몰약을 아기 예수님에게 드렸으니 모두 세 명의 왕(三王)으로 간주되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발타살·멜키오르·카스퍼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을 물론, 각각 황인·흑인·백인이었다는 이야기도 등장했습니다.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아냈는지 궁금하지만, 아무튼 교회 전승을 통해 예수님의 탄생이 갖는 세계적인 의미가 부각되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복음서 작가 마태오는 구약성서의 예언이 역사의 예수님을 통해 곧이곧대로 이루어졌음을 확인시키기 위해 이른바 '성취 인용문'이라는 문학적인 장치를 15회 가량 사용했습니다. 헤로데 대왕은 삼왕의 방문을 받고 당황하여 대사제와 율사들에게 메시아 예언에 대해 물어 봅니다. 그러자 그들은 미가서 5장1절을 제시합니다: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결코 유다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영도자가 너에게서 나리라." 그런데 이 인용문을 앞뒤로 감싸 주는 표현이 "예언서의 기록을 보면 … 고 하였습니다"로 되어 있습니다(5-6절).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성취 인용문 형식입니다.

유다인들 사이에서는 마치 다윗 같은 인물이 등장해 도탄에 빠진 이스라엘을 구해 내리라는 기대(메시아 待望 사상)가 팽배해 있었습니다. 메시아라면 기본적인 조건들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는 다윗의 후손이어야 하고, 선구자인 엘리야가 등장해야 했으며, 당연히 다윗의 고향인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다윗의 자손인 요셉의 아들이고(마태 1,1-16), 엘리야 격인 세례자 요한이 있었으며(마태 17,12-13), 구약성서의 예언대로 베들레헴에서 났으니 유다인들이 기다리던 메시아임에 틀림없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을 제1·2 독서인 이사 60,1-6과 에페 3,2-6과 비교할 때 우리는 중요한 암시를 한 가지 얻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빛은 비단 유다인 뿐 아니라 이방 모든 민족에게 비친다는 것입니다. 이사야서에 나오는 '야훼의 영광'은 온 땅을 비추고, 에페소서에는 '이방인들 역시 약속의 상속자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유다인이 기다리던 메시아 조건을 만족시키신 예수님. 게다가 동방의 귀한 손님들까지 찾아와 아기 예수님께 경배를 드리니 예수님의 탄생은 그야말로 전 인류가 기뻐할 일입니다. 헤로데의 욕심으로 결코 막을 수 없는 거룩한 역사인 것입니다.

이제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해 봅시다. 마치 동방의 왕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오는 세계 만민의 행렬을 머리에 그려 봅니다. 자세히 보면 그 행렬 중간 어디쯤에 두 손 모아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도 그려질 것입니다.........◆

[말씀자료:-서울 대 교구 사무처 홍보실-
[편집:원근식요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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