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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4주일/사랑으로 다스리는 왕/배광하 신부
작성자 : 원근식   작성일 : 2016-11-26 조회수 : 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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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루카복음. 23,35ㄴ-43


주 그리스도 우리 왕 75번

★ 사랑으로 다스리는 왕 ★

오봉선사는 중국에서 출가하여 승려가 된 뒤 타이완으로 건너가 불법을 전합니다. 그의 희생과 실천의 삶에 매료된 타이완 원주민들은 그를 왕 이상으로 떠받들고 그의 가르침을 듣습니다. 그리하여 타이완은 오랜 병폐적인 전통들을 고치게 됩니다.

그런데 오봉선사가 아무리 충고하여도 원주민들이 고치지 않는 악습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해마다 새해에는 백성의 안녕과 평화, 풍년을 기원하며 산 사람을 죽여 신에게 바치는 제사였습니다.

그 무서운 악습이 고쳐지지 않자, 오봉선사는 어느 해 백성들에게 새해의 제물로 쓸 산 사람을 자신이 직접 마련해 보겠다고 제안합니다. 늘 산 사람의 제물 마련이 어려웠던 백성들은 선사의 배려에 크게 기뻐합니다.

오봉선사는 백성에게 어느 어느 날 어느 곳에 빨간 보자기를 눌러 쓰고 앉아 있는 이가 있으니 절대 보자기를 벗기지 말고 그의 목을 쳐 제물로 바치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제사를 드리는 날 백성들은 선사의 말대로 그를 잡아 목을 친 뒤 제물로 바쳐 제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빨간 보자기를 벗겨보니 제물이 된 사람은 다름 아닌 오봉선사였습니다. 백성들은 통곡을 합니다. 이후 타이완 섬에서는 사람을 죽여 제물로 바치는 무섭고 끔찍한 풍습이 없어지고 해마다 오봉선사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죽은 날을 기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그 이야기가 떠오르는 까닭은, 오봉선사의 삶이 예수님의 삶을 꼭 빼어 닮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류 역사에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 실패한 삶으로 보이는 것이, 오히려 다른 이들을 행복에로 이끌어 주었던 경우가 너무도 많았습니다.

반면, 우리가 성공이라고 부르고 영웅시하며 치켜세우는 삶을 살았던 이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슬픈 죽음과 그 뒤에 아픈 희생이 따랐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의 삶은 분명 세상의 눈에는 실패한 것으로 비칠지 모릅니다. 그러나 2천 년이 넘도록 예수님의 지상 삶을 실패로 단정 짓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전 존재를 바치시어 인간 사랑으로 사셨던 까닭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을 세속적인 성공의 왕이 아니라 희생과 사랑의 왕이신 분으로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 43).

사랑의 왕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은 이미 이 지상에서 그 낙원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낙원을 자신들만의 이기적인 낙원으로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을 바쳐 세상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된 왕의 참된 신하이기 때문입니다............◆

[말씀자료:-배광하 치리아코 신부-]춘천교구[편집:원근식요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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