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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주일/평신도주일/세상을 성화시키는 평신도/글:이기양 신부
작성자 : 원근식   작성일 : 2016-11-26 조회수 :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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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루가 21,5-19)


생명의 양식 166번">

★ 세상을 성화시키는 평신도 ★

  프랑스 루이 왕 시대에 바르나베라는 가난한 곡예사가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저녁, 헐어빠진 깔개에 공과 칼을 말아서 겨드랑이에 끼고 저녁도 굶은 채 잘만한 헛간을 찾아 걸어가던 곡예사는 마침 같은 길을 걷는 수도자를 만나자 공손히 인사를 했습니다. 수도자는 바르나베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 그의 순박한 마음에 감동돼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르나베 친구, 나와 함께 갑시다. 내가 원장으로 있는 수도원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소."  이리하여 바르나베는 수도자가 됐습니다. 그가 들어간 수도원에는 적지 않은 수사들이 정성을 다해 하느님께서 주신 재능과 지식을 봉헌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박식한 모리스 수사는 글을 양피지에 옮겨 쓰고, 알렉산드로 수사는 거기에 아름다운 세밀화를 그려 넣었으며, 마르보드 수사는 쉬지 않고 석상을 깎고 있어서 수염과 눈썹, 머리칼이 온통 먼지로 하얗게 뒤덮여 있었습니다.  수도원 안에는 또한 시인들도 있어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송가나 산문을 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퉈 하느님을 찬송하고,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쌓이는 것을 보고 바르나베는 자신이 단순하고 무지한 것을 탄식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바르나베는 기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성당으로 달려가더니 한 시간 이상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는 저녁 식사 후에도 또 성당을 찾았습니다. 이때부터 매일 성당이 비어 있는 시간이면 바르나베는 어김없이 성당에서 지냈습니다. 하루는 그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수도원장이 고참 수사를 데리고 성당으로 가 문틈으로 유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바르나베 수사가 성모님 제단 앞에 거꾸로 서서 허공에 쳐든 발을 여섯 개의 구리공과 열두 개의 칼을 가지고 재주를 부리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수사가 분개해 그를 끌어내려 할 때였습니다. 성모님께서 제단에서 내려와 푸른 옷자락으로 곡예사의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주시는 것이었습니다.(아나톨 프랑스, 「가난한 곡예사의 봉헌」) 

 평신도 주일을 맞는 우리에게 복음의 탈렌트 비유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각기 그에 걸 맞는 재능을 주셨습니다. 그 재능은 최선의 노력을 통해 나와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에 쓰여야 합니다. 특히 세상 안에 사는 평신도가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야 할 곳은 성당뿐만 아니라 몸담고 있는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세상을 거슬러 하느님 뜻을 드러내며 살기란 여간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초대교회사에는 '황일광'이라는 백정 출신 천민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하루는 백정인 황일광이 세례를 받고 신자들 모임에 나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양반들이 천민중의 천민인 황일광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자기들 모임에 들어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대의 내노라 하는 석학들은 그를 '형제'라고 부르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황일광은 그때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천주교에서는 천주님을 믿으면 죽어서 천당 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게는 천당이 두 곳이 있다. 지금 여기가 천당이고 죽어서 갈 곳도 천당이다.'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던 한 백정에게 눈부신 천국을 살게 한 것은 양반 신분의 그의 이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의 한 복판에서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며 살아야 할 사람들은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아니라 평신도입니다. 누구에게는 왜 다섯 탈렌트를 주고 두 탈렌트를 주며, 또 왜 한 탈렌트를 주었느냐고 불평할 필요가 없습니다. 비교하기보다는 남과 다른 재능을 받은 만큼 부지런히 잘 활용해 세상을 복음화시키라는 것이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에디슨의 말입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재능이 무엇이며, 나는 지금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를 한번 돌아보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으로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사용한다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대로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마태 25,21)는 말과 함께 영광스러운 초대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말씀자료 : - 이기양 신부-][편집:원근식요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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