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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8주일/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한 주인 마태오 신부
작성자 : 원근식   작성일 : 2017-02-25 조회수 : 2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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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마태오. 6,24-34)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사제서품을 받기 전에 사제생활의 좌우명이 될 성구를 정하게 됩니다. 신학생 때부터몇 가지 성구를 가지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제 시절이 되어 두 가지 성구로줄어들었지만, 고민에 빠졌습니다. 무엇을 선택할까?

하나의 성구는 지금 저의 좌우명인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요한 15,4)이고 또 하나가 오늘 복음의 서두에 나오는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였습니다.후자의 성구를 포기한 이유는 저의 이름이 “한주인”이기에 장난스러워 보일 것 같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마음에는 후자의 성구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성구입니다. 하느님만을 오로지 바라보며 그분의 길만을 향해 걸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삶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순간순간 현세적인 것에 물들어 버릴 수 있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잘 알기 때문입니다. 물들어 버림은 현세적 집착이 되어 버리고 신앙적 삶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게 됩니다.

나아가 정체성이 사라질수록 마음엔 공허함만이 남게 됨으로써 나도 모르게 현재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불안감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고 힘겨운 신앙의 삶을 살아가게 됨을 깨닫게됩니다.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걱정과 두려움, 불안감에 휩싸여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안타깝고 슬픈 일입니까? 주님에게서 오는 사랑을 체험하고 살아가야 할 우리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두 주인’이 아니라 당신만을 바라보라 말씀하십니다. 주님만을 바라 보고 그 안에 머물고자 하는 이들만이 현재의 삶 속에서 다가오는 여러 가지 힘겨움과아픔을 넘어서 주님께서 주시는 풍성한 사랑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주인 신부- [편집:원근식요아킴]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근본적인 선택을 분명히 바라보게 합니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말씀은 세상 삶의 가치를 무시한 채 현세에 대한 관심을 끊고 영혼만을 돌보라는 잘못된 영성이나 이원론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종교적 가르침과 세상살이 사이의 채워질 수 없는 간격을 새삼 확인하게 하는 불가능한 이상도 아닙니다.

이 말씀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라는 예수님의 간곡한 초대입니다. 우리가 단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아 있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의 깊은 염려와 사랑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진정한 삶의 변화는 올바른 삶의 우선순위를 가졌을 때 가능하다고 선언하십니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살펴보면 예수님의 이 말씀이 얼마나 정곡을 찌르며 '현실적'인지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재물을 '섬기지' 말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분부는 우리 모두에게, 곧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오만한 부자에게도, 실의와 분노로 가득 찬 궁핍한 이들에게도 절실한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시려는, 말 그대로의 '기쁜 소식'입니다.

이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고 실천하는 삶의 변화를 위해서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며, 오늘 복음에 분명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곧, 세상살이에 대한 심려 이전에 주님께서 보여 주시는 삶의 가치인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정의를 추구하는 데 힘을 쏟는다면 지상의 것들을 온전하게 선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기술'이며, 세상살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의 태도입니다.


[편집:원근식요아킴]

                     평화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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