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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일/인간이 하느님 앞에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 겸손 /양승국 신부
작성자 : 원요아킴   작성일 : 2016-08-27 조회수 : 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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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루카 14,1.7-14)


인간이 하느님 앞에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 겸손 


잔치에 초대받으신 예수님께서는 참 못 볼꼴을 보셨습니다. 초대받는 손님들이 서로 상석에 앉으려고 기를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전 생애가 겸손과 낮춤 그 자체였던 예수님이셨기에 그런 모습을 견디기가 정말 힘드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덕행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덕행인 겸손에 대해서 가르치신 것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4,11). 

모든 덕행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덕이 바로 겸손입니다. 성화의 길로 나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이 또한 겸손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영성생활을 해나가셨던 신앙의 모델들, 모든 성인(聖人)들이 공통적으로 지녔던 덕이 겸손입니다. 

겸손이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열등감에 의해, 나약함과 부족함으로 인해 ‘나는 잘 못합니다.’ ‘나는 안 됩니다.’ ‘나는 모릅니다.’ 라고 뒤로 물러서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내가 충분히 능력이 있고, 갖출 것 다 갖췄으며, 내가 상대방보다 다방면에 우월하면서도 자신을 낮추는 그런 겸양의 덕이 바로 참된 겸손입니다. 

그리고 겸손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더욱 요구됩니다. 크신 하느님, 관대하신 하느님 앞에 아무 것도 아닌 나였습니다. 정말이지 나는 티끌 같은 존재, 먼지 같은 존재, 한 마디로 무(無)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크신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생명으로 나를 초대해주셨고, 또한 그리스도인으로, 봉헌생활자로 초대해주신 것입니다. 

아무리 난다 긴다 하는 인간이라 할지라도 하느님 앞에는 한 나약한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바로 겸손의 첫걸음입니다. 영원하신 하느님 앞에 우리는 시간에 종속된 유한한 존재입니다. 절대자이신 하느님 앞에 우리는 상대적인 존재입니다. 필연이신 하느님 앞에 우리는 우연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한하신 하느님 앞에 유한한 우리들입니다. 

채무자이신 하느님 앞에 채권자들인 우리들입니다. 무죄한 하느님 앞에 죄인인 우리들입니다. 심판관이신 하느님 앞에 피고인들인 우리들입니다. 순수한 존재 앞에 선 불순자인 우리들입니다. 

이런 이유로 겸손이란? 하느님 앞에서 우리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의 태도입니다. 아무 자격도 없는 우리들이지만 순전히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 덕분에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초대받게 되었습니다. 

맨 끝자리라도 감지덕지하면서, 늘 기뻐하면서,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겸손입니다.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는 아침마다 묵묵히 주인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주인이 얹어주는 짐을 자신의 등에 짊어집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저녁 시간이 오면 낙타는 또 다시 주인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등에 있는 짐이 내려지길 조용히 기다립니다. 

언제나 주인 앞에 고분고분 무릎을 꿇는 낙타 모습에서 참된 겸손이 무엇인지를 배웁니다. 매 순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주인 앞에 말없이 무릎 꿇는 모습, 매일 자신의 의무를 기꺼이 행하는 모습, 주인이 매일 얹어주는 짐을 아무 불평 없이 지고 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겸손이 무엇인지를 깨닫습니다. 


낙타는 자신이 지고 가는 짐으로 인해 의미가 있습니다. 낙타에게 짐은 무거우나 짐으로 인해 낙타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고통과 십자가는 언제나 부담스러운 그 무엇이나 그 고통과 십자가로 인해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리스도인들은 고통과 십자가로 인해 더욱 겸손해지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 강조하는 진리는 생각할수록 역설적입니다. 우리가 인간적으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할 때 사실 우리는 가장 약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가장 약하다고 생각할 때, 그래서 우리 자신을 최대한 낮추는 그 순간,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오시고 그로 인해 우리는 가장 강해지는 것입니다. 

겸손은 약자이기에, 또는 무지하기에 뒤로 물러서는 나약함이나 비굴함이 결코 아닙니다. 겸손은 무엇보다도 자신을 버리는 일입니다. 자신의 자리를 내어놓는 일입니다. 자신을 떠나는 일입니다. 한 걸음 물러서는 일입니다. 그리고 내어놓은 그 자리를 하느님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는 일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언제나 밑, 으로 밑으로 한없이 내려만 갑니다. 계속 밑으로 내려가다 보면 심연의 밑바닥 거기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말씀자료 : 양승국 신부-[편 집:원근식요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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