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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일/거룩한 부르심/배 광하 신부
작성자 : 원요아킴   작성일 : 2015-07-11 조회수 : 2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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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일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마르코 6,7-13)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거룩한 부르심 

▤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 가운데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하였습니다. 비유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수도원이나 신학교에서 성소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 가운데 사연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트럭 행상을 하다가 문득 사제가 되고 싶어 검정고시를 통과하여 성소에 발을 들여놓은 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병원에 입원했다가 병실에서 부르심을 받은 이, 여자들만 있는 집안에서, 여자들만 있는 대학, 회사를 거쳐 사제가 된 이, 실로 아주 다양한 부르심으로 성소를 택한 이들이 많습니다. 

세속적으로 잘 나가던 길을 버리고 사제성소를 택한 이들까지 모두가 어느 날 주님께 붙잡힌 이들입니다. 그분의 부르심은 참으로 오묘하시어 놀랍기만 합니다. 그 옛날 아모스 예언자도 자신의 부르심 받은 이야기를 아주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고 있습니다. 

돌 무화과나무를“나는 예언자도 아니고 예언자의 제자도 아니다. 나는 그저 가축을 키우고 가꾸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님께서 양 떼를 몰고 가는 나를 붙잡으셨다”(아모 7,14-15). 

그렇습니다. 구약의 부르심을 받은 예언자들이나, 신약의 사도들 그리고 오늘도 부르심을 받는 이들의 대부분 공통점은 그들이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이며, 우연한 기회에, 특별할 것 없는 방법으로 불리 움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상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점지해 놓으셨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우연이아니라 하느님과의 필연적인 관계에서 그리 되었다는 사실을 사도 성 바오로는 오늘 이렇게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습니다.”(에페 1, 4-5). 

세례를 받은 우리는 이미 부르심을 받은 그분의 자녀인 것입니다. 실로 아무 것도 자랑할 것 없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우리를 지존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로 삼으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이 험한 세상에서 참된 희망을 안고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만물의 주인이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를 당신의 자녀로 택하셨다는 넘치는 은총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아무 두려움 없이 힘 있게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부르심 받은 이들의 사명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문 공부를 가르쳤습니다. 우둔한 아들에게 아버지는 하루에 한 자씩 한문을 읽히도록 종이 위에 한 일자(一)를 쓰셨습니다. 

“이것이 한 일 자이니라, 이제부터는 매일 매일 한 자씩 한문을 배우도록 하여라.” 

아버지께 종이를 건네받은 아들은 밤새도록 읽고 또 썼습니다. 아침에 마당을 쓰는 아들을 보고 아버지는 큰 지게 작대기로 땅 바닥에 한 일자를 크게 쓰시며 물었습니다. “이게 무슨 자이냐?” 아들이 도무지 무슨 글인지 몰라 계속 머리를 갸우뚱거리자, 답답한 아버지는 아들의 뒤통수를 때리며 “밤새 외웠는데 그래 한 일자 하나 모른다는 말이냐?”하며 호통을 치시자, 깜짝 놀란 아들이 대답합니다. “그렇습니까? 한 일자가 밤새 그렇게 커졌단 말입니까???”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불리 움 받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듣고 또 들었습니다. 그러나 듣고도 이내 잊어버리고 삽니다. 기억은 해도 믿음이 없어 세상 것에 더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한 일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우매한 아들처럼 세상 것을 끝내 끊어 버리지 못하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파견의 소명을 내리신 주님께서는 오늘 다시금 믿음을 깨우쳐 주시고 계십니다.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마르 6,8-9).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이면 족하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함께 동행 하시는 아버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인 것입니다. 예전에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살아야 할 삶의 자세를 쓴 글을 읽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평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느님께서 행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내가 행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느님 안에 살기로 준비되어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부르심을 받은 소명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항구히 소명의 삶을 살 때, 은총은 커지게 되어 있습니다. 



[말씀자료 : -배광하신부- / 편집 : 원 근식 요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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