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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욕심
작성자 : 원요아킴   작성일 : 2015-06-02 조회수 :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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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욕심 / 정용철 


지금쯤, 전화가 걸려오면 좋겠네요
그리워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도
한 번 들려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편지를 한 통 받으면 좋겠네요
편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는 친구로부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 담긴
편지를 받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고르고 있으면 좋겠네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 내 주소를 적은 뒤
우체국으로 달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좋겠네요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와
나를 달콤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내 생각만
하고 있으면 좋겠네요
나의 좋은 점 나의 멋있는 모습만
마음에 그리면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가을이 내 고향 들녘을 지나가면 좋겠네요
이렇게 맑은 가을 햇살이
내 고향 들판에 쏟아질 때
모든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하고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네요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네요
내가 먼저 전화하고
편지 보내고
선물을 준비하고
음악을 띄워야겠네요
 
그러면
누군가가 좋아하겠지요
나도 좋아지겠지요
이 찬란한 가을이 가기 전에...
 
 
- 정용철의 '마음이 쉬는 의자'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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