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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일/침착함과 깨끗함의 관계
작성자 : 원요아킴   작성일 : 2015-04-10 조회수 : 2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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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그래서 그 여자는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요한 20,1-9)

침착함과 깨끗함의 관계 



빅토르 휘고(Victor Hugo)는 그의 책 “Ninety-Three”에서 바다에서 위험한 폭풍에 휘말린 어떤 배에 대해서 쓰고 있습니다. 그 폭풍 속에서 선원들은 경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갑판 아래에서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 소리는 그 배에 화물로 선적된 대포 때문이었습니다. 폭풍 속에서 대포를 묶어 둔 밧줄이 풀려 그런 소리가 났던 것입니다. 배의 요동에 따라서 그 대포는 이리 저리 움직이며 배의 측면을 쾅쾅 쳐대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배를 가라앉힐 수도 있었기 때문에, 용기 있는 두 명의 선원이 느슨해진 대포를 다시 묶겠다고 자원하였습니다. 그 일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그 대포로 인한 배의 난파가 폭풍의 격렬함보다는 더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해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허리케인으로 또 수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TV를 통해 봅니다. 그러나 사실 해일로 사람이 죽는 것은 그 파도 때문이 아니라 파도와 함께 휩쓸려오는 여러 잔해 때문이라고 하고, 허리케인 때문에 죽는 사람들도 그 강력한 바람 때문이 아니라 바람과 함께 날려 오는 잔해들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빅토르 휘고도 이 이야기에서 외부의 폭풍보다는 내부의 적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말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를 괴롭히는 주범은 폭풍이 아니라 폭풍이라는 계기를 통해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념들입니다. 먼저 그것을 제거하지 않으면 작은 흔들림에도 괴로워하고 당황해야 하는 것입니다. 축구를 하다보면 당황하는 적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골문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아주 짧은 순간에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선수들도 당황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당황하는 것은 그 안에 생각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복음을 읽을 때마다 성모님의 침착성에 자주 놀라곤 합니다. 어쩌면 그리 침착하실 수 있으실까요? 천사가 “은총을 가득히 받으신 이여, 기뻐하십시오. 주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십니다.”라는 인사를 받았을 때, 성모님은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갑자기 생전 처음 본 천사가 나타나 인사하는데 천사가 서 있는데도 그 인사말을 풀이하고 계실 수 있었던 침착함은 당신 안에 당신을 당황하게 할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의 아드님을 잉태하시게 되리라는 천사의 말에, “저는 남자를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하시며 그 방법을 물어보십니다. 당신이 요셉과 진정 결혼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하느님의 다른 계획이 있는 것인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당황하지 않는 모습이 어쩌면 당신의 깨끗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와 같은 경우는 당황하게 되어 제대로 생각도 안 해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학생 때 요한바오로 2세 앞에서 독서를 하고 개인적으로 축복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도 큰 영광이었지만 복자품에 오르셨다니 더 영광이고 성인까지 되시면 좋겠습니다. 그 때 줄을 서서 안수를 받았는데 저에게만 무슨 말인가를 건네셨습니다. 그분이 연세가 많이 드셨을 때라 발음이 명확하지 않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머리까지 쓰다듬어 주시면서 한 말이었는데 저는 알아듣지 못했다고 하면 실례가 될까봐 그냥 알아들은 척을 하고 손에 입을 맞추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시면 성인께서 나에게 해 주신 귀중한 말씀인데 저는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지상에서는 다시는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를 물어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성모님이 대천사를 만나고 있는데도 그렇게 침착하고 물어볼 것 다 물어보신다는 것은 그 마음에 어떤 동요도 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그분이 흠도 티도 없이 깨끗하시다는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그렇게 깨끗하시기 때문에 오늘 성자께 당신 깨끗한 인성을 봉헌하신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 자신의 깨끗함을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건 성모님처럼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는지부터 살피면서 성모님의 깨끗함을 닮아나가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고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맙시다. 



[말씀자료 :-전삼용신부- 편집 원근식 요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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