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곡본동성당:::
  • 
  • 

홈 > 성당소식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사순 제1주일/무지개를 세워라/글 : 배광하 신부
작성자 : 원요아킴   작성일 : 2012-02-25 조회수 : 2333
파일첨부 :
두치오 디 부오닌세냐(Duccio di Buoninsegna,
1255-1319)의광야에서 유혹 받으시는 예수
(The Temptation of Christ on the Mountain,1308-1311),
나무에 템페라, 미국 뉴욕, 프릭 컬렉션(New York, Frick Collection)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르1,12-15). 사순 제1주일


무지개를 세워라

유혹의 시작
인간이 지은 첫 번째 죄인 원죄를 창세기에서는 하와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따먹은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 원죄의 이야기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가집니다. 그리고 “왜, 하느님께서 선악과를 만드셔서 인간으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셨을까?”
“선악과가 없었다면 죄를 짓지 않았을 텐데…” 등의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에덴 동산의 모든 나무 열매를 먹어도 좋다고 하셨고
다만 동산 가운데 선과 악을 아는 그 나무 열매만 먹지 말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이 말씀에 대한 저의 묵상은 이러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시골의 어느 아들이 공부를 잘해 아버지께서 아들을 도회지로 학교를 보냅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여 좋은 대학을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유학까지 다녀옵니다. 그렇게 될 때까지 아버지는 아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해줍니다. 땅을 팔고 소를 팔아 아들의 뒷바라지를 합니다.
아들은 유학을 다녀와 대학 교수가 됩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립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고 더 큰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하여 시골 아버지에게 내려가 하나 밖에 없는 땅을 팔아 달라고 떼를 씁니다. 아버지는 모든 것을 다 주었으나
그 땅 만큼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것을 다 받고도 자신이 원하는 마지막 남은 땅을 갖지 못하게 되자 화가 난 아들은 아버지를 살해합니다.
비정하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끔찍한 일이 에덴동산의 원죄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신 아버지 하느님과 마지막 열매까지 먹어 치우려는 인간의 욕심,
그것이 원죄의 시작이었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에덴동산을, 그 축복을 스스로 포기한 것입니다. 그 욕망의 원죄가 우리 스스로 인간이기를 거부하게 만듭니다.
아메리카 크리족 인디언 추장은 마지막 남은 모든 것까지도 해치우고 먹어치우려는 게걸스런 백인의 야만을 향하여 이 같은 분노의 말을 남깁니다.

“마지막 나무가 베어져나가고, 마지막 강이 더럽혀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달으리라.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의 욕망에 의해 포기했던 축복의 무지개를 오늘 하느님께서는 다시 세워주십니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창세 9, 13).

축복의 시작인 회개
우리는 축복의 무지개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가진 끝없는 욕망의 포기와 하느님께로 향한 회개가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 참다운 회개의 신앙,
세례를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살아야 할 삶의 자세를 오늘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세례는 몸의 때를 씻어 내는 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힘입어 하느님께 바른 양심을 청하는 일입니다”(1베드 3, 21). 이것이 회개의 삶입니다. 언제나 바른 양심으로 사는 것,
자신의 양심에 부끄러운 삶이 아닌 모든 것을 뉘우치는 것이 회개입니다. 진정 쉬운 일이 아닙니다. 때문에 우리는 깊은 감동을 받고 많이 애송하지만
낭송할 때마다 마음 한 편으로 부담과 짐스러운 느낌을 받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는 회개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우리가 진정 부끄러워해야 할 참다운 회개는 나의 오만, 편견, 욕망, 욕심, 이기심, 교만 등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같은 세속의 무게로는 결코 날아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 같은 얼룩으로는 그 은총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비록 실천적인 삶의 모습은 어렵지만, 인간으로서 부끄러워 할 줄은 알아야합니다.
인간이 진정 인간으로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삶, 그것이 회개입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사순시기, 오늘 우리는 사순의 장막을 열며 깨우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지상에서의 비움, 나눔, 회개의 삶, 그것은 결코 그냥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우리가 바뀌어야 할 변화된 모습, 참된 회개의 삶을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격려하고 명령하고 계십니다.
이전글 외짝교우 초청 교리반 영세식 안내
다음글 새로 임명되신 사목위원님께 수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