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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사랑의 기도/안도현
작성자 : 원요아킴    작성일 : 2013-04-16 조회수 : 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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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사랑의 기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 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 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큰 것보다도 작은 것도 좋다고, 많은 것보다도 적은 것도 좋다고, 높은 것보다도 낮은 것도 좋다고, 빠른 것보다도 느린 것도 좋다고,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그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장미의 화려한 빛깔 대신에 제비꽃의 소담한 빛깔에 취하게 하소서. 백합의 강렬한 향기 대신에 진달래의 향기 없는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떨림과 설렘과 감격을 잊어버린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몸에도 물이 차 오르게 하소서. 꽃이 피게 하소서.그리하여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얼음장을 뚫고 바다에 당도한 저 푸른 강물과 같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詩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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